[압구정역] 이자카야 서울몽, 숨겨두고 진짜 친한사람만 데려가고싶은 곳, 나베시마 사케 아구가라아게 페어링 후기 (+예약·주차)

압구정에서 사케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어디 떠올리시나요. 인스타로 유명한 큰 이자카야도 있고 도산공원 쪽 와인바도 좋은 데가 많은데, 사케 라인과 안주 사이 페어링이 진짜로 맞물리는 가게는 의외로 잘 없어요.
사케 전문집을 간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부담되거나, 안주가 애매하고, 안주 좋은 가게를 가면 사케 셀렉션이 또 괜찮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사실 사케는 적정수준을 넘어간다면, 이런 전문적으로 스터디하는 그룹이 아닌 이상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제일 중요한건, 분위기와 음식인것 같습니다.
점심 먹고 돌아다니다가, 점심에는 영업을 안해서, 문을 닫은 줄 알았던 곳인데, 음식을 맛보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팬이 된 가게입니다.
이번에 예전에 같이 일하다가 각자 다른 곳으로 옮긴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저녁 자리 잡으면서 서울몽에 다녀왔어요. 회사가 근처라 저는 도보로 가고, 친구들은 지하철 타고 압구정역에 모였습니다. 얼마 만에 얼굴 보는 자리라 조용한 데서 이야기하면서 사케 한 병 나눠 마시고 싶었는데, 딱 답이 되는 곳이었어요.
유료 콜키기자 가능해서, 사케나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는것도 가능하고, 보유하고 있는 사케 라인업도 괜찮고, 가격도 너무 부담되지 않는 곳을 찾으면 바로 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몽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37길 37, 1층
압구정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저녁 6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영업하고 매주 일요일이 휴무예요. 워크인은 자리 잡기 어려워서 캐치테이블 예약이 안전합니다.
가게 자체 주차는 안 되고, 차 가지고 오시면 인근 도산대로45길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거나 압구정역 근처 유료 주차장에 대는 걸 권장드려요. 저는 회사에서 도보로 갔고 친구들도 다 대중교통으로 왔는데, 골목 안쪽이라 도보나 대중교통이 훨씬 편합니다.

지번 주소로는 신사동인데, 실제 걸어가 보면 압구정 3번 출구에서 도산공원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 안쪽이에요. 신사무궁화공원 근처라 압구정 로데오 쪽 대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와도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성형외과·피부과 거리 뒤편으로 조용한 주택가와 상가가 뒤섞인 톤이라, 이런 골목에 이런 가게가 숨어 있는 게 이 동네다운 느낌이었어요.
파사드는 벽돌이라 지나가면 그냥 작은 카페처럼 보여요. 통유리로 안이 살짝 보이는데, 안쪽에 카운터에 앉은 사람들이 보이면 그제서야 “여기 뭔가 있구나” 싶어집니다.

입구 위쪽에 큰 빨간 초롱이 하나 걸려 있어요. 검은 붓글씨로 “서울몽” 세 글자만 크게 적혀 있고, 옆에는 놋쇠 도끼 모양 조명이 하나 더 붙어 있어요. 간판은 이게 다예요. 사인이나 조명 간판 같은 건 없고, 초롱 하나로 존재를 알리고 있습
니다. 진짜 아는 사람들만 올수 있는거 같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조금 좁은 느낌을 받긴합니다. 카운터 자리 몇 개랑 테이블 하나 정도가 다예요. 셰프 두 분이 카운터 뒤에서 요리를 다 직접 하고 서빙까지 겸하시는 구조라, 손님 얼굴을 다 기억하시는 것 같은 자리예요.
노출 콘크리트 톤 천장에 화이트 벽, 다크 우드 카운터, 다크 그린 카운터 의자 조합인데 인더스트리얼한 감이 있으면서도 일본 뒷골목 카운터 이자카야 무드가 같이 있어요. 어색하지 않게 두 톤이 어울립니다.

여기서 이 가게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게 벽이에요. 카운터 뒤쪽 벽 한 면이 전부 다 마셨던 사케 병 라벨 콜라주예요. 검은 붓글씨 라벨, 붉은 라벨, 파란 라벨, 노란 라벨이 100장은 훨씬 넘게 붙어 있어요.
이 벽 한 번 보면 이 집이 사케에 얼마나 진심인지가 굳이 설명 없이도 전해집니다. 사케 벽이 있는 이자카야를 몇 군데 가봤는데, 이런식의 구성이 뭔가 컨셉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베시마, 하쿠라쿠세이, 다사이 같은 이름들이 반복해서 보이네요.

메뉴판이 손글씨예요. 크래프트지 같은 갈색 종이에 검은 만년필로 사케 라인업을 정리해뒀고, 가격은 빨간 펜으로 옆에 적혀 있어요. 사케 라인은 720ml 기준으로 나베시마, 하쿠라쿠세이, 조카이산 같은 이름들이 쭉 정리돼 있어요. 오늘의 사케·소주는 노란 포스트잇으로 따로 표기돼 있어서 그날 그날 다르게 시켜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케 잘 아시는 분이면 라인업만 보고 이 가게 셀렉션 방향을 감 잡으실 거예요.

안주 메뉴판에는 사시미, 조림, 튀김, 숯불구이가 카테고리로 묶여 있고, 그 위에 핑크색이랑 민트색 포스트잇으로 오늘의 특선이 붙어 있어요. 대게 토사쥬레, 시마아지 사시미가 이날의 특선이었어요. 메뉴는 자주 바뀌는 것 같구요, 좋은 게 들어오면 그날 밤에 붙여두는 방식인 것 같아요. 계절과 시장 재료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모든 메뉴가 다 맛있습니다.


첫 잔은 셰프님이 그날 컨디션 좋은 걸로 골라주신 나베시마 기타시즈쿠 준마이긴죠로 갔어요. 초록색 병에 파란색 라벨이 붙어 있고 붓글씨로 鍋島라고 크게 적혀 있는 그 사케예요. 사가현 후쿠치요 양조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라인인데, 국내 이자카야에서 흔하게 잡히는 라인은 아니라 반가웠어요. 청록색 도자기 도쿠리에 옮겨 마실수 있게 세팅해주셨어요.
첫 모금 마셔보면 준마이긴죠 특유의 향은 살짝 올라오는데 생각보다 훨씬 깔끔해요. 입에 남는 끝맛이 매끈하고 산미가 살짝 붙어 있어서 안주 페어링용으로 정말 좋습니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자리라 첫 잔 부딪히는 그 순간부터 자리 온도가 한 톤 올라가더라구요.


가게 벽 쪽에 유리 냉장고가 하나 있는데, 왼쪽엔 화이트 사케·니혼슈 라인이, 가운데엔 하이네켄이랑 유리잔이, 오른쪽엔 레드 와인 라인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요. 위쪽에는 YEBISU 프리미엄 박스가 얹혀 있어서 사케 마시다가 중간에 맥주 한 잔 다녀오고 싶은 분에게도 답이 있습니다. 사케 외에도 와인 등 쉐프님의 취향과 큐레이션이 잘 반영된 셀렉션입
니다. 밸런스가 좋아보였습니다.

이날 안주 첫 시작은 옥돔 후라이 었어요. 접시 위에 은빛 껍질 그대로 살아 있는 방식으로 여섯 개쯤 쫙 깔려 나옵니다. 옆에 갈은 무랑 소금 종지가 세팅으로 같이 나와요. 젓가락으로 꼬치 하나 집어 소금 살짝 찍어 먹어봤는데 겉이 바삭하면서 속살이 쫀득하게 붙어 있어요. 통생선을 꼬치째 튀기니까 살점이 뭉개지지 않고 한 마리 몫으로 그대로 입에 들어오는 느낌이라 식감이 훨씬 살아납니다. 여기에 나베시마 한 모금 같이 가면 튀김의 기름기를 사케 산미가 정확히 정리해줘요. 같이 온 일행들도 칭찬일색입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구가라아게였어요. 아귀 튀김인데, 여기 스타일이 좀 특이해요. 아귀 튀김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연근 슬라이스 튀김이랑 시시토 고추까지 한 접시에 같이 나옵니다. 검은 볼에 담아 나와서 색 대비가 살고 군침이 돕니다.
첫 젓가락에 아귀 살 한 점을 집어 봤는데, 겉이 바삭한데 속을 씹으면 아귀 특유의 쫀득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튀김치고 무겁지 않고 오히려 쫀득한 결이 튀김 옷 안에 갇혀서 한 번 더 밀도 있게 다가옵니다. 연근 튀김과 고추 구이도 예술입니다.
여기서 한번 더 나베시마 한 잔이 궁합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귀의 쫀득함 뒤에 나베시마 한 모금이 들어가면 입 안이 완전히 새로 정리되고, 다시 다음 아귀 살을 집게 되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이 페어링 한 번 맛보고 나면 사케 왜 이 자리에 있는지가 그냥 자연스럽게 이해돼요. 친구들이 사케 잘 모르던 축인데 아구가라아게랑 한 번 페어링 하고 나서는 사
케를 다시 봤다고 하더라구요.

사케도 한잔 먹고, 사실 메뉴들을 여러개 더 시켰었는데, 쉐프님이 참치 마끼를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진짜 뭐라 표현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정말 맛이 없는 메뉴가 없습니다.. 짭잘함과 참치에 부드러움이 잘 버무려졌습니다. 서로 다른 부위들을 가지고 마끼를 만들어 주셨더라구요,


한참 먹다 보니 옆 자리도 손님이 채워지는데 구성이 다양했어요. 사케 라벨 벽 앞에 앉아서 조용히 한 잔씩 마시는 아저씨 손님도 있고, 데이트로 온 30대 커플도 있고, 친구 둘이 카운터에서 계속 사케 추천 받으면서 마시는 그림도 있어요. 셰프님이 각자 취향에 맞춰서 응대 톤을 바꾸시는 게 옆에서도 보였습니다. 손님을 다 알아보고 대화 톤을 바꿀 수 있는 사이즈의 가게라 이런 응대가 가능한 것 같아요.
시간대는 저녁 7시에 갔는데 8시 반쯤 되니까 자리가 다 찼어요. 저희처럼 얼굴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자리에도 잘 맞고, 늦은 시간 2차 자리로 오시는 분들도 은근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녁 자리 하나로 계속 이야기 이어가면서 사케 한 병 천천히 비우는 그림이라, 시끄러운 회식용으로 잡기보다는 조용히 오래 앉을 자리로 잡는 게 맞아요.
가격은 사케 라인이 720ml 한 병 기준으로 자리 잡아 있어서 두세 명이서 안주 서너 개랑 사케 한 병 정도 하면 딱 좋습니다. 간단히 생맥주 한두잔 해주면 균형이 맞아요.
셰프 두 분이 카운터 뒤에서 다 챙기시고 그날 좋은 재료로 특선 메뉴 로테이션이 일어나면서, 계속 반복해서 방문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 드릴게요. 서울몽은 압구정에서 사케 한 잔 생각날 때 다시 갈 리스트 상단에 이미 올라갔어요. 아구가라아게 하나 다시 먹으러 갈 이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음에는 오늘 못 시켰던 고등어무조림을 꼭 시켜보려고요. 매번 먹는데, 이번엔 조금 양이 많을것 같아서 안시켰습니다. 사시미도 매우 훌륭한 집입니다. 옆자리 메뉴를 보고 시키는것도 방법입니다.
사케는 나베시마 말고 하쿠라쿠세이 쪽 라인을 셰프님한테 추천 받아서 한 병 또 마셔볼 생각이에요.
추천드리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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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녁시간, 목요일이나 금요일 워크인은 자리 잡기 어려우니 방문 전 캐치테이블 예약 꼭 미리 잡으시고, 가게가 작아서 4인 초과 단체는 안 맞는 구조예요. 자체 주차도 안 되니까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오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이 세 가지만 참고하시면 됩니다.
다음에 다시 갈 때는 오늘 함께 간 친구들 중에 사케 처음 접한 친구가 튀김류와 사케 페어링에 꽂혔다고 해서, 그 친구랑 다른 라인으로 한번 또 마셔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