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숨겨졌는데 너무 유명해서 예약이 어려운 사카바 토리냥, 퇴사 축배 스이게이 와카나미 사케 후기 (꿀팁 : 라면추가, 사케추천 받는법)
문래동 좋아하시는 분들 어디 자주 다니시나요? 저는 문래동 특유의 그 분위기를 좋아해서 종종 다녀왔어요. 원래 이 동네가 공업소랑 공작소가 정말 많은 곳이에요. 골목마다 작은 공장, 창고, 철공소가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어느 순간부터 술집이랑 카페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이랑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공업소랑 술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골목 인상이 문래동 말고는 잘 없다 보니, 그게 재미있어서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러다 이 동네에 유명한 사카바가 하나 있다는걸 알게 됐어요. 사카바 토리냥이라는 곳입니다.
잠깐 개념 이야기를 하자면, 사카바랑 이자카야가 좀 달라요. 일본어로 사카바(酒屋)는 원래 술 위주로 파는 곳이라는 뜻이고, 이자카야(居酒屋)는 안주랑 술을 같이 즐기는 곳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사카바라고 하면 니혼슈나 쇼츄 같은 일본 술이 메인이고, 그 술에 어울리는 안주가 함께 나오는 곳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자카야가 안주가 메인이라면, 사카바는 술이 메인이에요.
이번에 사카바 토리냥에 갈 이유가 하나 더 있었어요.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거든요. 축배 겸 저녁 겸 겸사겸사, 같이 가는 형이랑 다녀왔습니다.
알고 보니 여기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더라구요. 문래동에 있던 냐옹지마 셰프님이 새롭게 차린 술집이라고 합니다. 오오시마부터 시작해서 냐옹지마, 냐옹갱을 거쳐 지금 사카바 토리냥까지 이어진 계보예요. 팬 있으신 분들은 아마 이 흐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카바 토리냥 (문래)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45길 19-4 1층
문래역 도보권, 17:00~01:00 (LO 00:00), 매주 일요일 월요일 정기휴무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예약 팁 먼저 드릴게요. 여긴 캐치테이블로만 예약을 받는데,
매일 오전 11시에 당일 예약 창구가 오픈됩니다. 3부제로 나뉘어 있고요. 문제는 거의 수강신청급이에요. 10시 59분에서 11시로 넘어가는 순간에 바로 눌러야 하는데, 저는 놓쳤고 같이 가는 형이 다행히 잡아준 덕분에 다녀왔습니다. 매일 예약이 순삭이니 갈 마음 있으시면 매일 11시 알람 맞춰두고 도전해 보세요. 예약 없이 방문하면 워크인은 어렵습니다.
주차는 불가하니 문래역 근처 유료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오시는걸 권합니다.


지도 찍고 걸어오면 크게 헤매지는 않는데, 그냥 찾아오시면 좀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간판이 잘 안보입니다. 여기가 맞나? 하는 거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게, 매장 밖 간판에 ’선진테크’라고 크게 적혀 있어요. 원래 이 자리가 공장이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거예요. 사카바 토리냥 사인은 왼쪽에 작게 표기돼 있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문 앞에토리냥이라고 적힌 안내판과 스테인리스 프레임 유리문이 보이면 그 자리가 맞아요.
검은색으로 되어있지만, 썬팅필름입니다. 밖에서 사진 찍으시면 안에서 다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다찌 구조입니다. 일반 다찌 12석에 단골을 위한 룸 8석 정도로 구성돼 있어요.룸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카운터 안쪽으로 오픈 주방이 그대로 보이고, 셰프님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뒤쪽 냉장고에 사케 병들이 나란히 진열돼 있는데, 이걸 보고 진짜 감동했어요. 일본 다찌바 갔을 때 딱 그 분위기예요. 파란 캡 눈에 띄는 사케부터 다양한 라인업이 그대로 늘어서 있어서, 문래동인지 도쿄 어느 골목 사카바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주류 룰 먼저 알려드리자면, 2인은 술 1병 필수, 3인은 2병 필수입니다. 사케 720ml 기준이에요. 콜키지도 되긴 하는데 병당 비용이 붙어요. 여기 사케 리스트 자체가 알차서, 콜키지 낼 바에는 그냥 여기서 사케를 시키는게 나을 수 있어요. 실제로 라인업이 정말 좋습니다. 현지 사카바의 라인업 같습니다.

사케 리스트 보면 한국에서도 유명한 쿠보타나 닷사이도 있고, 제가 일본에서 마셔봤던 사케들도 꽤 많이 있더라구요. 첫 잔으로는 스이게이 도쿠베츠준마이로 갔습니다. 병에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스이게이가 취한 고래라는 뜻이에요. 고치현 사케인데 첫 모금이 깔끔하고 뒷맛 여운이 살짝 남는 스타일입니다. 안주랑 잘 붙어요.
원래 두 번째로는 자쿠를 마시고 싶었는데, 하필 이날 다른 단골 손님한테 나가서 마지막 잔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셰프님한테 아마하고 살짝 탄산감 있는걸로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와카나미를 골라주셨어요. 뒤에서 이야기 이어갈게요.

오늘의 메뉴, 여름 특집 코스입니다. 매번 직접 인쇄하시나 봅니다. 디테일에 감동했습니다.

코스 요리가 있어요. 6~7개 정도 요리가 순서대로 나옵니다. 첫 안주로 전복 새우 시라아에입니다. 부드러운 화이트 소스에 연어알을 올린 접시가 나왔습니다. 꽃무늬 도자기 그릇에 조심스럽게 담겨서 나오는데, 첫 인상부터 세심하게 준비된 느낌이었어요. 소스가 무겁지 않고 새우 자체 단맛이 잘 살아 있어서 스이게이랑 잘 어울렸습니다.


두 번째로는 닭다리살 가지 오란다니 입니다. 한 입에 한 종류씩 즐길 수 있게 딱 좋은 사이즈로 준비돼 있어서, 사케 한 모금 마시고 하나씩 집어 먹게됩니다. 저는 이런 세팅을 볼 때마다 셰프님이 이 자리에서 손님이 어떤 순서로 즐길지 진지하게 그려보는구나가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젠사이, 네기토로 유부마키, 청어 이소베마키, 골뱅이된장무침, 크림치즈 마구로슈토 & 고등어봉초밥입니다. 뭐라고 해야할까요, 이 화려한 맛의 조화는, 마치 하나하나 파인다이닝에서나 생각할 법한 맛의 조합과 고성입니다. 하나하나가 재미있었습니다. 생선마다의 맛과 곁들임이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다음은 사시미 입니다.
참치-도미-줄무늬전갱이, 감성돔, 벤자리돔 입니다. 말이 필요할까요, 하지만 원물의 신선함과, 칼질의 디테일이 씹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다음메뉴, 구이입니다. 민물장어구이 & 오이절임인데요, 살이 부드럽고 껍질이 살짝 바삭했습니다. 옆에 오이 초절임이 곁들여져 있어서 입 안이 리셋됐어요.


첫 사케가 끝나고, 두 번째 사케 와카나미를 주문했습니다. 얼음통에 담아서 자연스럽게 시원하게 유지되는 상태였고, 파스텔 라벨이 예쁩니다. 살짝 탄산감이 있으면서 아마한 스타일이라 셰프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소고기 조림이랑 만나니까 진한 국물의 무게를 살짝 덜어주는 흐름이 만들어졌어요. 자쿠 못 마신 아쉬움을 와카나미가 채워줬습니다. 일본에 가서도 먹게될거 같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 한병 더 시키고 싶었습니다.

다음 튀김입니다.
은어 덴푸라와 전갱이후라이가 나왔습니다. 접시에 타르타르 소스가 두툼하게 얹어서 나오는데, 파 크림가 같이 올려져있습니다. 너무 아까워서, 조금씩 베어먹었습니다. 역시 사케에 튀김 안주가 잘 어울린다는걸 여기서 다시 확인했어요.

따뜻한 요리로 넘어가는데요,
양갈비 수육이 나왔습니다. 잡내 없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냄새가 전혀 없고 뿌려진 시치미 가루 등에 조화가 굉장히 좋았구요. 다소 차가울 수 있는 전 메뉴들을 튀김부터 이어가면서 살짝 진정시켜주는 느낌입니다.

코스 마무리로 고추장 김치 비빔국수가 나옵니다. 붉은 소스로 볶은 소면 스타일인데, 매콤한 편이라 마지막에 입 안을 깨워주는 역할이었어요. 다소 느끼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봐 마지막에 그래도 여긴 한국이다! 라는 인상을 주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안그래도 충분히 맛있고 안느끼했습니다..ㅎㅎ

하이라이트인 디저트, 냐옹갱입니다.
사각 갈색 양갱 한 조각. 꽃무늬 꽃잎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첫 입에 진한 초콜릿 향인지 밤 향인지 애매하게 올라옵니다. 자세히 여쭤보진 않았는데 코스 마무리로 가볍게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대신 너무 아쉬웠습니다 맛있어서.

이거 꿀팁입니다. 너무 아쉬운겁니다. 그냥 마치기에는. 예약해주신 형님이 열라면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코스 다 먹고 나서 열라면을 추가로 두 개 시켰습니다. 붉은 국물에 죽순, 파가 얹혀서 국물 맛이 또 차원이 다릅니다. 사케 몇 잔 마시고 라면 국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얼마나 좋은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뭔가 시키는것이 조금 눈치는 보이지만 그래도 안 시키면 후회하실수도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코스 요리에 요리 6~7개랑 라멘 두 개 추가한거 감안해도 전체 흐름이 정말 괜찮았어요.
가격도 정말 훌륭한 가격입니다. 강남같은데서 먹으면 10만원 이상 객단가일것 같은데… 사케까지 계산해도 예약 뚫고 갈만한 자리입니다. 셰프님이 요리 하나하나 세심하게 짜주시고, 사케 추천도 상황 봐서 자연스럽게 해주셔서 대화 자체가 편했어요.
문래동 골목을 이렇게 걸어와서 원래 공장이었던 자리에 앉아 사케를 마시는 이 경험, 여기 토리냥 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그만둔 기념 축배 자리로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곳을 찾긴 어려웠어요.
5점 만점에 5점 드릴게요. 재방문 확정입니다. 다음에는 와카나미랑 자쿠입니다.
추천드리는 분:
사케를 진짜 즐기시는 분, 커플 데이트로 조용히 다찌에서 한 잔 하고 싶은 분, 친구랑 셋이서 서로 이야기 이어가며 한 병씩 나눠 마시고 싶은 분, 문래동 골목 무드 좋아하시는 분. 캐치테이블 매일 11시 오픈 알람 맞춰두시고, 예약 성공하면 사케 리스트 미리 훑어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또다른 팁
사케는 그냥 추천받아도 되지만, 추천 받으실 때 가격대와 취향을 밝혀주시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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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한걸 원하는지, 단걸 원하는지 정하면 추천받기 편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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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 - 스이게이는 5~6, 와카나미는 10초반대입니다.
ㄴ한국에서 원래 사케가 비싸긴한데, 그래도 여기 가격대면 매우 훌륭한 가격대입니다.
- 탄산감 유무
보통 사케 초보자들(저같은)이나, 데이트로 가신다면 와카나미같은 아마(달콤한)구치와 탄산감 있는것 추천해달라고 하시면 되구요. 남자분들끼리 가면 카라구치 추천해달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초보자는 라이트하게 카라한 것 추천받으시면 될거에요, 스이게이가 되실거기는 합니다)